‘바라’와 ‘바래’의 차이를 알아보고, 사소한 서운함을 틀린 한마디 때문에 웃으며 풀어가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무언가를 원하거나 기대한다는 뜻의 ‘바라다’는
‘바라’, ‘바라요’처럼 씁니다.
따라서 ‘잘되길 바라’, ‘좋은 하루이길 바라요’가 맞습니다.
‘바래’는 ‘색이 바래다’처럼 ‘바래다’에서 쓰는 표현입니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9화
바라요
빈 입력창을 한참 보고 있다가,
나는 다시 화면을 위로 밀었다.
이번에는 처음까지 가지 않았다.
쫑파티를 지나,
‘작가님’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진 곳에서 멈췄다.
‘오늘 몇 시에 끝나요?’
‘일곱 시쯤이요.’
‘저 여섯시’
‘좋겠네요.’
‘기다릴까요?’
‘한 시간이나?’
‘한시간 정도야 뭐’
‘그럼 기다려요.’
그 무렵의 나는 지금보다 대답이 길었다.
도현이 한마디를 보내면
나도 한마디쯤 더 붙였다.
‘저 도착’
‘벌써요?’
‘네’
‘나 아직 지하철인데.’
‘천천히 와요’
‘배고프면 먼저 먹어요.’
‘싫어요’
‘왜요?’
‘같이 먹을건데’
나는 그 대화를 보며 잠깐 웃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그날 저녁에는 메시지가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우리는 만나서 밥을 먹었고,
도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편집실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나는 괜찮으니 가보라고 했다.
정말 그때는 괜찮았다.
도현이 나간 뒤 혼자 남은 음식을 먹고,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다음 메시지는 밤 열한 시가 넘어서 와 있었다.
‘집 도착했어요?’
‘네.’
‘씻었어요?’
‘아직.’
‘아까 진짜 미안해요’
‘괜찮아요.’
답장은 금방 왔다.
‘안괜찮은거 같은데’
나는 그때도 조금 웃었던 것 같다.
‘왜요.’
‘원래 괜찮으면 ㅋㅋ 하나는 붙이잖아요’
나는 잠깐 답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기억해요?’
‘기억하죠’
그리고,
‘많이 화났어요?’
나는 손가락을 올렸다.
‘조금.’
도현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에요.’
‘많이는 아니라서’
‘지금부터 많이 화낼까요?’
‘안돼요’
잠시 뒤 귀여운 이모티콘이 하나 왔다.
두 손을 모으고 눈치를 보는 토끼였다.
나는 보고도 답하지 않았다.
도현이 하나를 더 보냈다.
‘기분 풀리길 바래요’
나는 그 문장을 읽었다.
바래요.
아니.
바라요.
아까까지 남아 있던 서운함보다
그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답했다.
‘바라요.’
도현의 답장이 바로 왔다.
‘뭐를요?’
‘기분 풀리길 바라요.’
잠시 조용했다.
‘아’
그리고,
‘또 틀린거죠’
‘네.’
‘지금 화났는데도 그게 보여요?’
나는 웃었다.
‘그건 보이죠.’
‘너무하네’
‘앞으로 틀리면 알려달라면서요.’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러다,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해요?’
나는 화면을 잠깐 보고 있었다.
‘기억하죠.’
이번에는 도현이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럼 다시’
‘서윤씨 기분 풀리길 바라요’
나는 결국 소리 내서 웃었다.
조금 전까지는 내일 만나면
조금쯤 더 삐친 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풀렸어요.’
‘얼마나요’
‘반 정도?’
‘나머지 반은 어떻게 해요’
‘내일 보고요.’
답장이 멈췄다.
몇 초 뒤.
‘내일도 봐요?’
‘보기 싫어요?’
이번에는 거의 바로 왔다.
‘아니요’
‘보고싶어요’
나는 그 문장을 조금 오래 봤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 말을 아직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늦게 답했다.
‘그럼 내일 봐요.’
‘네’
잠시 뒤 웃는 이모티콘이 하나 왔다.
나는 화면을 조금 더 내렸다.
그날의 대화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별것 아닌 싸움이었다.
도현은 먼저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틀린 말을 하나 찾아냈고,
그걸 고쳐주는 동안 어느새 웃고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화를 오래 내는 것보다
도현과 다시 말을 이어가는 쪽이 더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