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와 ‘께’가 각각 언제 쓰이는지 알아보고, 틀린 문장을 고치려다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니다.
‘-ㄹ게’는 말하는 사람의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낼 때 씁니다.
그래서 ‘할게’, ‘갈게’, ‘기다릴게’가 맞습니다.
반면 ‘께’는 ‘에게’의 높임말로,
‘선생님께’, ‘부모님께’처럼 높여야 할 대상 뒤에 씁니다.
따라서 ‘기다릴께’가 아니라 ‘기다릴게’라고 씁니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8화
않을게
나는 대화방의 맨 아래로 내려왔다.
여섯 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쫑파티가 사라지고,
마지막 촬영이 사라지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도 사라졌다.
다시 현재였다.
마지막에 남아 있는 말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
‘응.’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한동안 화면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읽었던 도현은 정말 말이 많았다.
‘작가님 어디에요?’
‘저 지금 갈게요’
‘자료 보내주세요’
‘거기 계세요’
촬영 중에도 그랬다.
비가 오든,
일정이 밀리든,
현장이 정신없이 돌아가든,
어쨌든 카톡은 왔다.
어디냐고 물었고,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틀째 아무 말이 없었다.
촬영하면서도 연락 잘만 했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화가 났다.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건 나도 알았다.
그때의 도현은 막내 피디였고,
지금은 낯선 나라의 촬영 현장을 돌아다녔다.
하는 일도 달랐고,
책임도 달랐다.
시차도 있었다.
촬영이 길어졌을 수도 있었다.
휴대폰을 볼 틈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잠들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또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도현이 연락하지 않는 이유를
도현 대신 내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연락이 없는 건 도현인데,
이해하는 건 또 나였다.
나는 입력창을 눌렀다.
한참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도 이제 기다리지 않을께.’
문장을 다 쓰고 멈췄다.
보내기 버튼 바로 옆에서 손가락이 멎었다.
눈에 걸리는 글자가 있었다.
않을께.
아니.
않을게.
나는 커서를 옮겼다.
‘께’를 지우고 ‘게’를 쓰려다가 멈췄다.
틀린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나도 이제 기다리지 않을게.
다시 읽었다.
맞춤법을 고치면 문장은 맞았다.
그런데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리면 도현일 거라고 생각했고,
잠들기 전에는 대화방을 열었고,
눈을 뜨면 알림부터 확인했다.
여섯 해 전의 대화를 끝까지 읽은 것도
결국 같은 이유였다.
나는 문장을 고치지 않았다.
대신 전부 지웠다.
나도 이제 기다리지 않을께.
나도 이제 기다리지 않을.
나도 이제.
나도.
빈 입력창이 남았다.
그 위에는 여전히,
‘응.’
도현에게서 마지막으로 온 말은 그보다 더 위에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틀린 문장은 지우면 됐다.
기다리는 마음은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