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톺아보기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맞춤법, 원리를 알면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목록으로 돌아가기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4화2026.08.24

왠지 / 웬지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쓰는 ‘왠지’의 올바른 표현을 알아보고, 처음으로 서로의 기분을 살피기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니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왠지’라고 쓴다.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이라는 뜻으로 ‘웬일’, ‘웬 사람’처럼 쓴다.

따라서 ‘웬지’가 아니라 ‘왠지’가 맞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4화

괜찮아요?

다음 날 밤, 나는 다시 대화방을 열었다.

어제 멈춘 곳에는 여전히,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번에는 화면을 조금 아래로 내렸다.

며칠이 지나갔다.

촬영이 하나 끝났고,

다음 촬영이 시작됐다.

‘작가님 자료 어디있어요?’

‘공유 폴더요.’

‘몇번이요?’

‘3번이요.’

‘감사합니다’

그런 말들이 한참 이어졌다.

조금 더 내렸다.

몇 주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날 회의에서 내가 준비한 코너 하나가 빠졌다.

며칠 동안 자료를 찾고, 전화를 돌리고, 밤늦게까지 질문을 정리했던 코너였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

막내 작가가 만든 아이템 하나 빠지는 게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날 밤 도현에게 메시지가 왔다.

‘작가님’

업무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말은 달랐다.

‘오늘 웬지 기분 안 좋아 보이던데’

그리고,

‘괜찮아요?’

나는 ‘웬지’를 먼저 봤다.

왠지.

평소 같았으면 그렇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은 보내지 않았다.

‘괜찮아요.’

답장은 금방 왔다.

‘진짜요?’

나는 잠시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처음 쓴 말을 지웠다.

‘아니요.’

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

‘그럴 거 같았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회의 끝나고 작가님만 계속 노트북 보고 있던데요’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날 회의실에는 사람이 열 명도 넘게 있었다.

‘제가 준비한 코너 빠졌거든요.’

‘아 그거’

‘네.’

‘그거 작가님이 한 거였어요?’

‘네.’

잠시 뒤 도현이 말했다.

‘저는 재밌었는데’

나는 그 말을 두 번 읽었다.

‘피디님이 그걸 봤어요?’

‘회의 같이 있었잖아요’

‘맨 뒤에 있어서 안 듣는 줄 알았는데요.’

‘막내피디도 회의는 듣습니다ㅋㅋ’

나는 웃었다.

그날 대화는 거기서 조금 더 이어졌다.

일 얘기를 했고,

그러다 일이 아닌 얘기도 조금 했다.

화면을 내리던 손을 멈췄다.

여섯 해가 지나도

‘웬지’는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도현의 틀린 말보다

그다음 말을 먼저 읽었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