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나 기간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며칠’의 올바른 표기를 알아보고, 한 문장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오래된 대화를 짧은 이야기로 살펴봅니다.
날짜나 기간을 물을 때는 ‘며칠’이라고 쓴다.
‘몇 월 며칠’, ‘며칠쯤’, ‘며칠 동안’처럼 쓴다.
이때의 ‘며칠’을 ‘몇 일’로 쓰지 않는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3화
처음의 문장
그에게 ‘응.’이라고 보낸 뒤 이틀이 지났다.
그도 연락하지 않았고, 나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대화방을 열었다.
새로 온 말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밤, 나는 화면을 위로 밀었다.
처음에는 지난달이었다.
조금 더 올리자 작년이 나왔다.
계속 손가락을 움직였다.
계절이 거꾸로 흘렀다.
생일 케이크가 나타났다가 화면 아래로 밀려났고, 함께 갔던 바다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도 사라졌다.
싸웠던 밤이 지나갔다.
화해했던 새벽이 지나갔다.
보고 싶다는 말이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말도 화면 아래로 밀려났다.
더 오래된 곳으로 갈수록 우리는 조금씩 남이 되어갔다.
‘자기’가 이름이 되고,
반말이 존댓말이 되고,
매일 하던 연락 사이로 며칠씩 빈 날이 생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이름 대신 ‘작가님’이라는 말이 나타났다.
육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마침내 우리는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처음 온 메시지는 도현이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 새로 들어온 피디 박도현입니다.’
그 아래에는 재미없는 이야기뿐이었다.
촬영 시간.
게스트 도착 시간.
대기실.
자료.
파일.
당시 나는 예능 프로그램의 막내 보조작가였고, 도현은 얼마 전 새로 들어온 막내 피디였다.
처음 몇 주 동안 우리가 나눈 대화에는 서로가 없었다.
일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현이 메시지를 보냈다.
‘작가님 게스트 사전질문 정리한거 몇일쯤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답장을 쓰다가 손을 멈췄다.
그리고 먼저 다른 말을 보냈다.
‘며칠.’
한참 뒤 숫자 1이 사라졌다.
‘네?’
‘몇 일 아니고 며칠이요.’
잠시 답이 없었다.
보내고 나서 조금 민망해졌다.
자료를 언제 줄지만 말하면 될 일을,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맞춤법부터 고쳐주고 있었다.
곧 답이 왔다.
‘아ㅋㅋ’
그리고 하나가 더 왔다.
‘저 그거 맨날 틀려요’
나는 웃었다.
‘그런 것 같네요.’
‘앞으로 틀리면 알려주세요’
나는 그 문장을 잠깐 바라봤다.
앞으로.
아직 제대로 대화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쓴 말이었다.
나는 답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곧 덧붙였다.
‘질문지는 내일까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거기까지 읽고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대화방의 가장 오래된 곳에는
서로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우리가 너무 쉽게 말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은 육 년이나 함께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먼저 보내야 할지 모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