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톺아보기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맞춤법, 원리를 알면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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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2화2026.08.20

잘못 / 잘 못

‘잘못’과 ‘잘 못’의 차이를 알아보고, 띄어쓰기 하나로 사과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짧은 이야기로 살펴봅니다.

잘못은 옳지 않게 한 일이나 그릇된 행동을 뜻한다.

잘 못은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잘못한 일은 사과할 수 있고, 잘 못하는 일은 익숙해질 수 있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2화

잘 못한 건 알아

그날 이후로도 우리는 매일 연락했다.

다만 시간을 묻지 않게 됐다.

몇 시에 끝나는지 물으면 기다리게 될 것 같았고, 몇 시에 자는지 말하면 연락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빼고 하루를 이야기했다.

‘밥 먹었어?’

‘응.’

‘오늘 힘들어?’

‘좀.’

‘너는?’

‘원고 중.’

그 정도였다.

예전에는 그의 촬영이 끝났다는 말을 기다렸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메시지가 와 있으면 그걸로 됐다.

며칠 뒤, 그가 오랜만에 사진을 하나 보내왔다.

바닷가였다.

촬영 장비가 모래 위에 널려 있었고 멀리 해가 지고 있었다.

‘여기 예쁘다’

나는 사진을 한참 보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데려가.’

라고 했을 것이다.

대신,

‘그러네.’

라고 보냈다.

그가 답했다.

‘담에 같이 오자’

나는 그 말을 읽고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다음이라는 말을 아직 해도 되는 사이인지 잠깐 생각했다.

결국 하트 하나만 눌렀다.

그날 밤, 원고를 쓰다가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하나가 더 왔다.

‘지난번에 연락 잘 못한 건 알아’

‘미안해’

나는 두 번째 문장을 보기 전에 첫 번째 문장을 몇 번 읽었다.

연락 잘 못한 건 알아.

띄어쓰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잘못한 것과 잘 못한 것은 다르다.

잘못했다면 자신이 옳지 않게 행동했다는 뜻이다.

잘 못했다면 그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었다.

연락을 못 한 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걸까.

아니면 나를 기다리게 한 게 자기 잘못이었다고 말하는 걸까.

그날 통화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 촬영하는 거 알잖아.

그럼 내가 어떡해야 되는데.

그 말을 아직도 그대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건 사과라기보다 설명에 가까웠다.

나는 답장을 썼다.

‘뭘 미안해하는 건데?’

한동안 보다가 지웠다.

다시 썼다.

‘괜찮아.’

그것도 지웠다.

괜찮지는 않았다.

결국,

‘응.’

이라고 보냈다.

몇 시간 뒤 그가 하트 하나를 눌렀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나는 다시 그의 문장을 읽었다.

연락 잘 못한 건 알아.

아마 별 뜻 없이 띄어 쓴 것일 것이다.

그는 원래 띄어쓰기를 잘 못했다.

아니.

띄어쓰기를 잘못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써도 그에게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이제 나에게는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사과한 건지,

사과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건지,

끝내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