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톺아보기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 맞춤법, 원리를 알면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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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1화2026.08.15

다르다와 틀리다, 같은 말일까?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알아보고, 잘못 쓴 한 문장이 연인 사이에서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는지 짧은 이야기로 살펴봅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뜻이 다릅니다.

다르다는 서로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틀리다는 맞지 않거나 옳지 않다는 뜻입니다.

생각은 다를 수 있고, 답은 틀릴 수 있습니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1화

틀린 것 같아

싸움은 통화가 연결되고 삼 분도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

나는 두 시간을 기다렸고, 그는 열네 시간을 일했다.

둘 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연락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먼저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잠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한숨을 쉬었는지,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촬영 계속 밀렸어.”

“그러니까 못 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잖아.”

“핸드폰을 못 봤다니까.”

“두 시간 내내?”

“나 촬영하는 거 알잖아.”

그 말을 듣자 더 이상 기다린 시간이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는 그가 촬영하는 걸 알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현장으로 가는 것도, 촬영이 시작되면 몇 시간씩 휴대전화를 보지 못하는 것도, 밥을 제시간에 먹지 못하는 것도 알았다.

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가 해외로 간 뒤로 나는 늘 이해하는 쪽이었다.

오늘은 촬영이 늦어졌으니까.

오늘은 이동하는 날이니까.

오늘은 현장에 사람이 많으니까.

오늘은 피곤할 테니까.

그래서 그날만큼은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알아.”

나는 말했다.

“근데 너도 내가 기다리는 건 알잖아.”

이번에는 그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떡해야 되는데.”

목소리가 높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싫었다.

화를 내는 사람의 말이라기보다 정말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통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뒤로 우리는 연락을 끊지 않았다.

다만 전보다 정확해졌다.

‘일어났어?’

‘응.’

‘촬영 들어가.’

‘알았어.’

‘밥 먹어.’

‘너도.’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았다.

예전에는 그 사이에 별것 아닌 것들이 있었다. 숙소에서 본 이상한 벌레나 맛없는 커피, 내가 원고를 쓰다 새벽에 시켜 먹은 떡볶이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는 사라졌다.

며칠 뒤, 새벽 두 시가 넘어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끝났다’

나는 화면을 보고도 답하지 않았다.

조금 뒤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나 계속 생각해봤는데’

그리고 잠시 후.

‘우리 둘은 틀린 거 같아’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봤다.

그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자주 헷갈렸다.

예전에도 서로 입맛이 다르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 입맛 진짜 틀려.’

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웃으면서 고쳐줬다.

“다른 거야.”

“그거나 그거나.”

이번에도 그렇게 읽으면 됐다.

우리 둘은 너무 다른 것 같아.

그런데 앞의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나 계속 생각해봤는데.’

무엇을 계속 생각했다는 걸까.

며칠 전 싸움을?

우리 생활이 다른 걸?

아니면 우리 관계가 틀렸다는 걸?

다른 것은 괜찮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자고, 다른 일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도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틀렸다는 건 조금 달랐다.

틀린 답은 고친다.

틀린 선택은 되돌리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틀린 관계는?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물었다.

‘무슨 뜻이야?’

읽지 않았다.

그곳은 이미 새벽이었다.

나는 답을 기다리다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메시지가 몇 개 와 있었다.

‘우리 생활이 너무 틀리잖아’

‘너 잘때 나는 일하고’

‘내가 쉴때 너 일하고’

‘그런거 말한거야’

이번에도 그가 틀린 것이었다.

나는 잠깐 안도했다.

그리고 답했다.

‘다른 거지.’

한참 뒤 숫자 1이 사라졌다.

‘ㅇㅇ 그말’

그게 전부였다.

맞춤법 하나를 고치면 문장은 괜찮아졌다.

우리 둘은 다른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 뒤에도 계속 연락했다.

잘 잤는지 물었고, 밥은 먹었는지 물었고, 촬영이 끝나면 알려줬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말이나 보내지는 않았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그의 문장을 조금 오래 읽게 됐다.

틀린 글자를 발견해서가 아니라,

그가 정말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전처럼 쉽게 확신할 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