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나타내는 ‘든’과 과거를 떠올리는 ‘던’의 차이를 알아보고, 방송 일을 떠나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니다.
선택을 나타낼 때는 ‘든’을 씁니다.
‘하든 말든’, ‘가든지 남든지’처럼 씁니다.
반면 ‘던’은 과거의 일이나 상태를 떠올릴 때
‘살던 집’, ‘먹던 음식’처럼 씁니다.
맞춤법 톺아보기 연작 11화
일단 써봐
나는 화면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그 무렵 내 메시지에는 일 얘기가 많았다.
‘오늘 또 밤샘.’
‘왜’
‘대본 또 바꾼대.’
‘어제 한거?’
‘응.’
그런 날이 계속되던 어느 밤,
내가 먼저 물었다.
‘나 방송 그만둘까.’
‘오늘 많이 힘들었어?’
‘오늘만 그런 건 아니고.’
나는 한참 망설이다가 보냈다.
‘나 내 글을 써보고 싶어.’
‘무슨 글’
‘소설.’
답장은 간단했다.
‘써’
‘그렇게 간단해?’
‘일단 써봐’
‘뭘 써.’
잠시 뒤 사진이 한 장 왔다.
촬영 중인 어두운 바닷가였다.
‘여기 사람 아무도 없는데 파도소리만 엄청 큼’
그리고,
‘이런데서 사람 하나 사라지면 어떨까’
나는 웃었다.
‘촬영이나 해.’
‘소재잖아’
그 뒤로 도현은 종종 사진을 보냈다.
낡은 여관 복도.
촬영장에서 만난 강아지.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준 택시 기사.
쓸 만한 것도 있었고,
아무 데도 쓸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그걸 왜 다 나한테 보내.’
‘쓸수도 있잖아’
얼마 뒤,
나는 결국 방송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 그만두려고.’
‘진짜?’
‘응.’
‘무서워.’
답장이 바로 왔다.
‘방송을 계속하던 그만두던’
‘일단 써봐’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계속하든 그만두든.’
‘뭐가’
‘든.’
‘아’
‘선택할 때는 든.’
잠시 뒤.
‘그럼 이제 쓰면 되겠네’
‘뭐부터.’
‘아무거나’
‘너무 성의 없다.’
‘그럼 내가 보낸거 중에 하나’
그날 밤,
나는 노트북을 켰다.
한 문장을 쓰고,
다시 한 문장을 썼다.
새벽이 지나 첫 페이지가 생겼다.
나는 화면을 캡처해 도현에게 보냈다.
‘이거 처음 써봤어.’
한동안 답이 없었다.
‘별로면 별로라고 해.’
곧 메시지가 왔다.
‘읽고있어’
그리고 몇 분 뒤.
‘다음은?’
나는 그 말을 한참 바라봤다.
‘아직 없어.’
‘더 써’
그때의 나는 아직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도현은 벌써
그다음 페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